조선비즈 세종=전슬기 기자
입력 2017.10.07 08:00
업무 공백 기간 있어도 적응
“공정한 기회만 있으면 가능”
“이번에 팀원을 채용했는데 육아를 위해 3년 동안 경력이 단절된 분이었다. 옆 부서에는 5년간 경력이 단절됐던 분이 계시는데 일을 잘한다. 회사의 제도, 조직,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면 경력 단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풀무원식품 마케팅본부의 윤명랑 DM(만 39세)은 직장 경력 16년차 워킹맘이다. 4살 남자 아이를 키우는 윤 상무는 올해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 “여성 리더 인위적 할당 아닌 공정한 기회를”
풀무원은 지난 2014년 ‘2020년 여성 임원 비율 30% 달성’을 선언하고 일·가정 양립 양성 평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윤 상무는 여성 인재들이 유리 천장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제는 출산과 육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회사 분위기다.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인다는 목표 아래 일부러 여성에게 가점을 주는 인위적인 조정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 후 남녀 모두에게 공정한 승진 기회를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야근을 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회사로 데려온다”라며 “상사들이 회사에 아이가 있어도 눈치를 주거나 불편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니까 남성보다 더 빨리 승진을 해야 한다든지 승진 자격에 미달해도 가점을 줘야 한다는게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위해 6시에 퇴근하는 여성들이 싫다 등의 분위기만 없으면 된다”고 했다. 윤 상무는 “회사가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여성을 귀찮아 하지 않고 능력에 맞게 남자와 동등한 기회를 주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2020년 여성 임원 비율 30% 달성’을 위해 인사 제도 및 규정에서 성 차별적 요건을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임원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여성 임원의 비율은 풀무원 전사 기준 5.8% 수준이었으나 지난 2015년말에는 8.5%, 지난 2016년 말 12%까지 상승했다.
다른 기업들도 여성 리더 양성 정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에프앤유신용정보의 경우 여성 리더 발굴과 양성을 위한 ‘관리자 Pool’을 운영해 전체 관리자 149명 중 72명이 여성이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5.28% 수준에 그치는 한국전력공사도 지난 2012년부터 신임 여성 관리자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풀무원 일·가정 평등 제도/제공=풀무원
◆ “출산·육아 제도 보다 이용 가능한 분위기가 중요”
여성 인재 활용엔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가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도 출산 육아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부터 여성가족부가 ‘가족 친화 인증 기업(기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인증을 받은 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족 친화 인증 기업(기관)은 1828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육아 휴직 보장, 근무시간 유연제, 단축 근무제, 어린이집 운영 등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출산 전후 휴가 신청시 자동으로 육아 휴직 1년을 적용하고, 자녀가 24개월이 될 때까지 매월 10만원의 영유아 보육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본사 건물 내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며,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남녀 근로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8시~17시, 10시~19시 중 선택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생애 주기별 단축 근로 지원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해 육아기와 장년기, 자기계발 시기 등 생애주기별 기간 제한 없이 단축 근무를 신청하도록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T도 ‘임신기-출산기-육아기’에 이르는 다양한 생애주기별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인사담당자가 임신·출산·육아 휴직기 여성을 대상으로 ‘1대1 원스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출산과 육아 제도는 회사가 이용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일 경우 ‘무용지물’이다. 윤 상무는 “육아 지원 제도 보다 제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육아 제도 이용을 죄인처럼 하면 제도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 “경력 단절 여성 적응 문제 없어, 뽑아라”
여성 근로자들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업무 복귀시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성과가 떨어질 거라는 오해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 기업들은 누구나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상무는 “경력 단절 여성들을 채용해 보면 기존에 계속 일을 하던 사람들과 능력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며 “최근 기업들은 개인의 능력 보다는 조직과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2~3년의 업무 공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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